2025. 8. 17. 07:57ㆍ기타 정보
"작은 혹 하나가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 발견했을 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죠. 뭔가 긁히거나 상처가 나서 생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없어지지 않았고 몇 주가 지나도 그대로 였는데 오히려 조금씩 커진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남몰래 화장실에서 확인할 때마다 시선이 그곳에 멈췄습니다. '이거 혹시 ?......' 하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곤지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만약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에 난 흔적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죄책감 같은 감정까지 불러왔습니다. 누구에게 쉽게 말할 수도 없었고, 검색창에 몇 번이고 단어를 입력했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혹시 내 이야기가 기록으로 남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혼자 감추고 사는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무척 길게 느껴졌습니다. 혼자서 감당하기엔 마음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나만의 일이 아니었다는 걸."
조심스레 인터넷 관련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곤지름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었습니다. 성적인 접촉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 한켠의 무거운 돌이 조금은 내려앉았습니다.
내가 특별히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가볍게 여기며 방치할 일이 아니라는 것. 그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숨기거나 피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나를 둘러싼 생활 습관, 그리고 몸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혹이 알려준 건, 몸은 언제든 신호를 보낸다는 단순한 진리였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 사실을, 지금은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갑니다. 곤지름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건 아주 소박합니다.
‘몸의 신호를 외면하지 말자. 그것이 결국 내 삶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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